지난 편에서 워런 버핏이 반복해온 아홉 가지 원칙을 살펴봤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타 매니저 대신 인덱스펀드를 택한다"는 원칙과 "시장 전망에 흔들리지 않고, 도박판처럼 대하지 않으며, 하락장에서 팔지 않는다"는 세 원칙은 말로만 들으면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숫자로 확인해보면 그 의미가 훨씬 뚜렷해집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 원칙들이 실제로 계좌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나스닥100·나스닥100 레버리지·SCHD(미국배당다우존스) 세 자산으로 직접 백테스트해보겠습니다.
백테스트 자산 선정 이유
나스닥100 레버리지는 화려한 성과를 좇는 쪽을 대표합니다. 지수를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배가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배가됩니다. 검증된 인덱스펀드(나스닥100)와 비교하면 버핏이 말한 변동성의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 숫자로 드러납니다. SCHD는 시장 등락과 무관하게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배당 자산의 대표 격으로 넣었습니다. 계좌 평가금액이 아니라 매달 들어오는 배당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하락장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백테스트 조건과 설정
은퇴자금의 성격에 맞춰 매달 적립하는 대신 1억 원을 한 번에 투입했다고 가정하고, etfCraft가 제공하는 백테스트 엔진으로 직접 돌려보았습니다. 시점은 2020년 코로나 저점(2020-03-23)을 사이에 둔 전후 약 1.5년씩, 총 3년(2018-06-01~2021-05-31)으로 잡았습니다. 은퇴자금을 굴리다 갑작스러운 폭락을 만났을 때, 자산별로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에 이만한 구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배당은 재투자하지 않고 그대로 현금으로 남겨두는 조건으로 설정했습니다. 실제로 생활비를 인출해 쓰는 은퇴자의 상황에 더 가깝게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 구분 | 나스닥100 | 나스닥100 레버리지 | SCHD |
|---|---|---|---|
| 최종 평가금액 | 1억 9,589만 원 | 2억 9,194만 원 | 1억 6,533만 원 |
| 총수익률 | +95.89% | +191.94% | +65.33% |
| MDD | -28.24% | -51.32% | -31.81% |
| 전고점 대비 손실기간 | 105일 | 133일 | 223일 |
| 총 배당금 | 258만 원 | 138만 원 | 1,091만 원 |
나스닥100 레버리지의 낙폭과 회복기간
나스닥100 레버리지는 최종 성과에서 나스닥100을 크게 앞섭니다. 3년 만에 원금이 거의 3배 가까이 불어난 셈입니다. 그런데 이 성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최대낙폭이 -51.32%로, 은퇴자금 1억 원을 거치식으로 넣은 계좌가 저점에서 원금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133일이 걸렸습니다. 넉 달 넘게 계좌 잔고가 원금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자산을 불리는 시기라면 이 정도 낙폭을 버틸 체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소득 없이 이미 모아둔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은퇴자에게는, 계좌가 반토막 나는 넉 달이 심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SCHD 낙폭이 컸던 이유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SCHD의 최대낙폭(-31.81%)은 오히려 나스닥100(-28.24%)보다 컸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도 223일로 셋 중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가격 회복력만 놓고 보면 SCHD가 나스닥100보다 안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원인은 뚜렷합니다. 2020년 급락 이후의 반등은 나스닥 성장주가 이끈 장세였습니다. 반면 SCHD처럼 배당을 오래 늘려온 우량주·가치주 성격의 종목들은 이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더디게 회복했습니다. 성장주 중심의 반등장에서는 배당주가 뒤처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SCHD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주가가 -31%까지 빠지고 회복에 반년 넘게 걸리는 동안에도, SCHD의 배당은 단 한 번도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었습니다. 3년간 누적 배당금은 1,091만 원으로, 나스닥100(258만 원)이나 나스닥100 레버리지(138만 원)와는 자릿수가 다릅니다.
계좌보다 현금흐름을 봐야 하는 이유
계좌 평가금액이 얼마나 출렁이든, 매달 들어오는 배당이 꾸준하다면 그 등락에 일일이 마음을 쓸 이유가 없어집니다. 주가는 언젠가 회복되거나 안 되거나를 신경 쓸 대상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숫자가 됩니다. 반대로 나스닥100이나 나스닥100 레버리지처럼 배당이 미미한 자산은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결국 주식을 팔아야 하고, 하필 주가가 눌려 있는 시점에 그 매도가 겹치면 손실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계좌를 방어하는 것을 넘어, 돈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워런 버핏은 95세가 되어서야 버크셔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재산 845억 달러 중 96%는 65세 생일 이후에 만들어졌습니다. 화려한 수익률을 자랑하기보다, 잃지 않고 오래 버티는 쪽을 택한 결과였습니다. 앞서 살펴본 아홉 가지 원칙을 관통하는 것도 결국 하나입니다. 원금을 지키고, 그 원금이 스스로 돈을 벌어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피하고, 현금만 붙들지 않고, 빚에 기대지 않고, 검증된 방식을 따르고, 시장에 무관심해도 되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두는 것. 이 모든 원칙이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은퇴를 몇 년 앞둔 지금이야말로, 그가 60년간 반복해온 이 경고들이 가장 무겁게 적용되는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