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순환금융 거래 규모 7500억 달러 돌파, 발표 당일 주가 5% 급락
- SPV로 만든 그림자부채, 5대 하이퍼스케일러 합산 1조 6500억 달러 추정
- GPU 담보대출은 아직 단 한 번도 실제 청산·회수 사례 없어 검증되지 않은 구조
반도체 랠리가 흔들리자 다시 불거진 게 있습니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순환금융 논란입니다. 지난 7월 말 엔비디아 순환금융 거래 규모가 750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소식에 주가는 하루 만에 5% 급락했고,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 0.82%포인트로 뛰었습니다. 반도체 ETF SOXX·SOXL의 조정이 밸류에이션과 수요의 문제였다면, 순환금융은 그보다 한 겹 더 안쪽에 있는 금융 구조의 문제입니다. 이게 정확히 뭐고, 왜 "모기지 돌려막기"에 비유되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순환금융이란 무엇인가
순환금융은 AI 칩 제조사가 고객사에 지분 투자나 금융 보증을 제공하고, 고객사는 그 자금으로 다시 해당 제조사의 칩을 구매해 매출을 일으키는 거래 방식입니다. 코어위브가 대표 사례입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지분 투자와 GPU 담보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뒤,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 GPU를 대거 구매했습니다. 칩을 판 회사가 그 칩을 살 돈까지 대준 셈이니, 매출이 실제 수요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SPV 구조와 그림자부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이 구조가 최근 한 단계 더 정교해졌습니다. xAI는 직접 부채를 지는 대신, 월가 투자자들이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워 엔비디아 GPU를 사들인 뒤 이를 xAI에 임대하는 방식을 씁니다. 메타도 블랙록과 데이터센터 전용 SPV를 통해 125억 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고, 이전에는 블루아울캐피털과 별도 법인으로 300억 달러를 조달한 적도 있습니다. 핵심은 이렇게 만든 부채가 본사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라클·메타·xAI·코어위브 4개사만 봐도 SPV를 활용해 재무제표에서 제거한 AI 투자 부채가 약 17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임대료나 GPU 공급약정까지 더하면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숨은 부채 합계는 1조 650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런 걸 그림자부채라 부릅니다.
| 구분 | 규모 |
|---|---|
| 엔비디아 순환금융 거래 규모(7월 기준) | 7,500억 달러 이상 |
| 오라클·메타·xAI·코어위브 SPV 부외 부채 | 약 170조 원(1,186억 달러) |
| 5대 하이퍼스케일러 숨은 부채(임대료·공급약정 포함) | 1조 6,500억 달러 |
| 엔비디아·월가 AI 금융 플랫폼 규모 | 5,000억 달러(약 710조 원) |
모기지와 다른 결정적 차이
이 구조가 주택담보대출(MBS)에 비유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산(GPU)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핌코·블랙록·아폴로 같은 월가 기관들이 그 채권을 사가는 방식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주택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GPU는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감가상각이 빠릅니다. 컴퓨팅 성능은 역사적으로 유통기한이 짧은 채소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GPU 담보 대출에서 차입자가 부도를 내 금융사가 GPU를 회수한 뒤 실제로 되판 사례가 지금까지 없습니다. 담보로 인정받는다는 것과, 위기 때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22년 비트코인 채굴기 가격이 급락했을 때, 코어사이언티픽은 채굴기 2만 7403대를 채권자에게 넘겼지만 평가가치가 대출 잔액에 못 미쳤습니다.
시장이 이미 반영 중인 리스크 신호
흥미로운 신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코어위브는 최근 26억 달러 규모의 GPU 담보 대출을 마감했는데, 이전 대출보다 오히려 금리 조건이 나빠졌습니다. 5년 만기 대출인데도 담보로 잡힌 고객 계약은 평균 3년짜리라, 대출 기관이 계약 갱신 실패 위험까지 떠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신용등급도 무디스 Ba2, 피치 BB+로 투자적격 기준에 못 미칩니다. 엔비디아 역시 자사 금융 플랫폼에서 GPU 잔존가치가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면 최대 25%까지 차액을 보전하겠다고 약정했습니다. 이 자체가 시장이 GPU 담보의 미래 가치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AI 버블론이 AI 무용론은 아니다
지금 상황을 "AI 버블이 터졌다"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어떤 GPU 담보 대출도 실제 부실로 이어진 적이 없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캐펙스와 매출도 여전히 견조합니다. 다만 분명한 건, 검증되지 않은 금융 구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기가 왔을 때 이 담보들이 실제로 얼마에 현금화되는지는 아무도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순환금융과 그림자부채가 터지는 것과, AI 기술 자체가 무용해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꺼졌을 때도 시장이 무너진 건 과도하게 부풀려진 밸류에이션과 부실한 금융 구조였지, 인터넷이라는 기술 자체가 가짜였던 게 아니었습니다. 버블이 꺼진 뒤에도 인터넷은 살아남아 지금의 산업 인프라가 됐습니다. 지금의 AI 버블론도 마찬가지로 읽는 게 맞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금융 구조에 대한 경고이지, AI 기술 자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근거는 아닙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 구조 자체에 직접 노출될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반도체나 AI 관련 자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면, 이런 금융 리스크가 언제든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특정 종목이나 특정 구조에 베팅하기보다, 지수 단위로 분산해 변동성을 관리하는 접근이 이런 불확실성 앞에서 더 안전합니다.
